[외신] 바이든 “중국이 대만 공격하면 방어할 것…미국의 책무”
중국은 “내정간섭…언행 신중히 할 것”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전략적 모호’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확실한 태도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볼티모어에서 열린 CNN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Yes)”고 대답했다.
그는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commitment)가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대중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발언이다.
타운홀 미팅은 정치인이 주민들과 만나 다양한 주제와 정책에 대해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질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석자들을 향해 “그들(중국)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면서 “중국과의 냉전을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유지하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난 본격적인 신호로 풀이됐다.
바이든은 앞서 지난 8월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무력 침공 시 대만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대만에 대한 정책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이해됐다.
미국은 대만을 방어할 의무는 없다. 다만, 1979년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용 군사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대만 침공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모호한 태도로 중국을 억제해왔는데 이번에 명확하게 개입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신중한 언행”을 촉구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분”이라며 “대만 문제는 완전한 내정으로 외부 간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대만이 중국의 한 섬이라고 주장한다. 대만에는 완전한 정부와 군대, 여당과 야당을 비롯한 정치 시스템, 민주적 이념에 기반한 고유의 헌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몇 주 동안 중국 공산당 산하 인민해방군(중공군) 군용기를 대거 동원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며 무력시위를 벌이며 대만을 위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대만 통일은 단순한 영토 통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첫 중대 관문이 바로 대만 통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쉼 없이 확대하고 있지만, 공산주의 중국의 아랫배를 겨눈 민주주의 최전방 대만은 강력한 위험요소다.
시진핑 역시 이날 “‘대만 독립’이라는 분열은 조국 통일을 이루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며 민족 부흥에 심각한 위험”이라는 말로 대만 통일이 민족의 부흥과 직결된 사안임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높아질수록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 발언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의 대규모 무력시위에 대해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블링컨은 지난 6일 공개된 이 인터뷰에서 “중국이 보여준 행동은 도발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하다. 우리는 이런 행동이 중단되길 바란다. 잘못된 의사소통을 통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